웃어 보자구요.
[스크랩] 데운 술이면 좋았겠구나 (煖酒快歟)
heatingkim
2018. 5. 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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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315화 . 데운 술이면 좋았겠구나 (煖酒快歟) . 어느 한 겨울이었다. 연일 날씨가 추워서 강물이 꽁꽁 얼어붙는 바람에 사람들은 배로 강을 건너지 못하고, 얼음 위를 걸어다니다 보니 미끄러져 다치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하루는 짓궂은 행동을 잘하는 친구 두 사람이 마침 볼일이 있어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 그리하여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얼음 위를 걸어가는데, 앞에서 항아리를 짊어지고 조심조심 가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 그러자 친구 하나가 그 사람에게 물었다. "여보! 지고 가는 그 항아리 속에는 뭐가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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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주점을 하는 사람인데 날씨가 추워 길이 얼어붙으니 아무도 소주를 갖다 주지 않아, . 할 수 없이 내가 직접 사서 짊어지고 가는 길이라오." 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아침 일찍 길을 나서다 보니, 추운 날씨에 배도 출출하니 소주 생각이 간절했다. . 이에 그들은 서로 돌아보고 상의를 한 뒤, 주점 주인에게 이런 제의를 했다. "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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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소주 생각이 간절한데 그것 좀 우리에게 한 잔씩 주구려. 값은 계산해 드리리다." . "뭐라고요? 아무리 술 생각이 나기로서니 이 얼음 위에서 어찌 항아리를 열며, 술잔 또한 없는데 어찌 마시겠단 말이요?" . "아, 그건 염려마시구려. 소주 항아리에 입을 갖다 대고 받아 마신 다음, 우리가 그 양을 생각해서 값은 후하게 쳐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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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보시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구려. 항아리에 입을 대고 마신 뒤 돈을 주겠다니,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 그러면서 주점 주인은 응하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은 별 수 없이 조심조심 그 뒤를 따라갔다. . 이렇게 한참을 가는데, 갑자기 주점 주인이 발을 헛디디면서 미끄러져 얼음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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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소주 항아리도 자연히 얼음 위로 나동그라지면서 큰소리를 내고 깨져 버렸다. . 곧 항아리 속의 소주가 얼음 위로 쏟아졌고, 깨진 항아리 조각 속에 소주가 조금씩 담긴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 그러자 두 사람은 엎드려 그 항아리 조각에 담긴 소주를 핥아먹었다. 
그들은 주점 주인의 불행을 오히려 행운으로 여기면서 한동안 이리저리 다니며 소주를 핥아먹은 뒤, 잔뜩 화가 나 있는 주점 주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 "진작 우리에게 서너 잔이라도 팔았더라면, 돌아갈 노자라도 건졌을 게 아니오.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이게 뭐란 말이요. . 속담에, 한번 배를 채우는 것도 재수(財數)라고 하더니 그 말이 틀리진 않은 것 같은데, 단지 좀 차가운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이에 주점 주인은 눈을 흘기면서 잔뜩 볼멘소리로 말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이요? . 내가 따뜻하게 데운 소주를 멘 채 넘어졌더라면 당신네들 기분이 꽤나 좋을 뻔했구려."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며 웃었더라 한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 15071?category=65135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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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겨울 바다와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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