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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음모 우려 낸 물을 나누어 마시자 (沈毛分酌)

heatingkim 2018. 6. 16. 15:00

 

고금소총 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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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 우려 낸 물을 나누어

 마시자 (沈毛分酌)

. 

옛날 호남의 한 절에서

큰 수륙재(水陸齋)1)가 열려,

인근 고을의 남녀 수천 명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채

성황을 이루었다.

1)수륙재(水陸齋) : 육지와

수중 잡귀들을 위해 경을 읽어

주는 큰 행사.

 

행사가 모두 끝나고

절 안팎을 청소하는데,

한 동자승이

도장(道場)을 쓸고 닦다가

여자 시주들이 앉았던 자리에서

기다란 음모(陰毛)

하나를 발견했다.

 .

이에 동자승이 크게 소리쳤다.

"내 오늘 운이 좋아

기이한 보배 하나를 얻었도다."

그러면서 껑충껑충 뛰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여러 스님들이 뭔가 하고

몰려들어 음모를 보고는

서로 뺏으려고

동자승의 손을 붙잡고

승강이를 벌이니,

절 안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동자승은

음모가 든

주먹을 단단히 움켜쥐고

크게 소리쳤다.

"내 눈동자가 빠지고

팔이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이것만은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얻은 것입니다."

하면서 악을 쓰니

여러 스님들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와 같은 귀한 보배를

너 혼자 차지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니라.



그러니 이렇게 사사로이

싸울 것이 아니라,

절 안의 공중(公衆) 의견을

들어 결정함이 옳도다."

 .

그리하여 마침내 종을 울려,

절 안에 있는 모든 스님들을

모이라고 했다.

이에 스님들이 가사를 걸치고

 법당에 모여

차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

곧 나이 많은 스님이

동자승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비록 그 물건을

네가 습득했다고는 하나,

엄연히 도장 안에

떨어져 있던 것이니

우리 절 전체의 것이니라.



그러니 결코

내가 습득했다고 하여,

네 것이라

주장할 수 없는 일이로다."

 

이 말에 따라

동자승은 앞으로 나와,

그 음모를 여러 사람 앞에

내놓는 것이었다.

.

그러자 스님들은

유리그릇에 담아

불상 앞에 정중히 올려놓았다.

이어서 주지 스님이 선언했다.



"이 물건을 우리 절

삼보(三寶)로 보관하여,

영원히 후세로

전해지게 할 것이로다.

그러니 아무도

접근해서는 안 되느니라."

 .

그러자 여러 스님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이것은 수륙재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니,

우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합니다.

.

그렇게 보관해 두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니,

이는 마땅히 잘게 나누어서

모두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몇 치밖에 안 되는

털을 어떻게 나누어,

우리 1천여 승려들에게

돌아가게 하겠습니까?"

.

이와 같이

의견이 서로 분분할 때,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객승 하나가 앞으로 나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조용히 하시고,

외인(外人)으로 참가한

소승의 의견을 들어 보십시오.

소승의 소견(所見)으로는

이 음모를 큰 가마솥에 넣어

떠오르지 못하게

돌멩이로 눌러 두고,

물을 가득 부어

우려 낸 그 물을 한 그릇씩

골 고루 나눠 마시면,

가장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

그리 되면 소승 또한

그 물 한 그릇 얻어 마시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듯 하나이다."

이에 모든 스님들은

매우 좋은 의견이라면서

크게 찬성했다.

 


이 때 절에는

백 세 된 노스님이 한 분 있어,

기침과 천식이 심해

항상 문을 닫고 누워 있었는데,

음모를 우려

그 물을 나눠 마시자는

객승의 의견을 듣고

기뻐하며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객승에게

합장 배례를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디서 오신

객승인지는 몰라도,

그 논사(論事)가 어찌

그리도 분명하신지요?

. 

앞서 음모를

잘게 나눈다고 했을 때

나 같은 늙은이는

혜택을 입지 못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지금 객승의 의견에 따라

이 병자(病者)

그 물 한 그릇을

얻어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내 그 물을

한번 마시고 나면,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을 듯합니다.

바라옵건대,

객승은 부디 성불하시고

또 성불하소서!"

이 이야기에

야사씨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불가(佛家)에 따르면

'육진(六塵) 가운데

색진(色塵 : 여색)에 물들기가

가장 쉽다'고 한다.


 

여인의 음모 하나

우려 낸 물도

이렇게 모두들 기뻐하거늘,

만약 경국지색(傾國之色)

미인이라도 만난다면

어찌하겠느냐?

.

이런고로 성인(聖人)들은

항상 여색을 멀리하는 것을

교훈으로 삼았느니라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15739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