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스크랩] 메모리

heatingkim 2019. 1. 9. 20:47

 

 

 

 

 

 

 

고향집마당
어릴적 코수건달고 집앞에 들어서면
할머니를연방 외쳤다
대문없는 양옆 코스모스꽃길에

벌이윙윙대 부채나 천을들고 나오신             

할머니가 이리저리 쫒으시며 나를
감싸 데리고 들어오셨다
 

 

여름이면 큰단지에 미나리물김치를
담아놓으셔서 수시로 떠먹던 써늘한부엌
을 냉장고 삼은 그맛을 잊을수없어
나는 청도미나리가 나오는 봄부터
미나리를 사댄다


부엌문앞을 시작으로 뒷마당한켠엔
해당화꽃 분홍장미 그밑에는
꽈리가 한밭 고옆엔 할머니가 정구지를
조금심어놓고 자주빛 덩쿨에 긴콩과
나팔꽃이함께 피어있고

 

 

장독대를 삥둘러서는 채송화가 까만
깨소금을뿌리며 갖은색으로피어있었다
돌담옆으로는 측백나무가 줄지어있고
그옆에 오래된 큰나무는 가지에 긴띠를
묶어 그네를 탔다


코너를돌아 앞마당 저앞에는 버드나무
몇그루와 옆으로 상추밭이 조금있고
우물가 도랑에는 박하잎과창포가
가득했다

 

반대편 담쪽엔 뽕나무가 잔뜩 심어져있어
난 새까만 열매가 익어가면 나날이
나무위에 올라가 입이 새카맣게 오디를 따먹었다

남편왈 클때 뽕을 따먹어서
그래 못됐나 ㅋ


마당한쪽 청포도나무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우리집만 연두빛이라
포도넝쿨이 지붕을덮고 마당도
넓은그늘을 만들며 포도는 주렁주렁
이육사님의 표현그대로 투명한
연두빛에 씨앗이 말갛게 드러났다


이제 마루에앉아 꽃밭을본다
이모언니 아버지 모두가 꽃을 좋아해
이쁜꽃은 다 모종을 갖다 심었다

키작은꽃들로 시작해 달리아
족두리꽃 양귀비까지 맨뒤에는
참나리꽃이 키큰 밭을이뤄 밤에
숨바꼭질할땐 그안에 숨었다
코스모스대문 못미처는 잉크꽃이
소담하게 폭폭 심겨져 있었고

 


무궁화꽃이 진딧물이 잔득끼어있어
달갑잖은 기억이며 가을이면 이리저리
쓰러진 서리맞은 토종국화의 향취는
지금도 추억이다


코스모스대문 양옆으로는
텃밭이라 감자밭이되었다가
고추밭이되고 배추밭이 되었다
난 까마중을따기위해 작은그릇
하나들고 이슬젖은 밭을 사부작
거리며 다녔다

 

동네 새로 이사온 사람들에겐
꽃많은 그집으로 불렸던 우리집

난 이 꽃밭정경을

그림으로 하나

그려놓고 싶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첫사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