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모양이 처량하다' 봉선화는 줄기가 다육질로서 반투명한 녹색이고 잎은 버들잎을 닮았으나 양끝이 뾰족하고 잎가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겹꽃이 피는 것과 홑꽃이 피는 것이 있고 꽃색깔은 빨강색 노랑색 흰색 보라색 푸른색 등이 있다.약으로 쓸 때는 반드시 흰꽃이 피는 것을 써야 한다. 다른 색깔의 꽃에는 독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건드리지 마라'라는 꽃말도 손대면 터져버리는 성질에서 비롯된 것 일 터이다.영국에서는 꽃말 그대로 봉선화를 터치미 낫(Touch me not)이라고 부른다. 봉선화 씨앗은 그 약효가 즉시 나타나고 또 건드리기만 하면 터져버 리는 까닭에 성질이 몹시 급한 것이라 하여 한방에서는 급성자(急性子)라고부른다. 봉선화에는 이름이 많다. 꽃모양이 머리와 날개,꼬리와 발을 우뚝 세운 봉 황새를 닮았다고 하여 봉선화(鳳仙花)라 하고 봉숭아 봉사꽃 금봉화(金鳳花) 지갑화(指甲花) 금사화(禁蛇花) 소도홍(小桃紅) 투골초(透骨草)라고도 불린다. 봉선화는 옛날부터 못된 귀신이나 질병을 쫓는 식물로 알려져왔다.우리 선 조들은 밭둘레나 집울타리 장독대 주변에 봉선화를 즐겨 심었는데 이는 봉선 화 꽃의 붉은 빛깔이 못된 귀신의 침입을 막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로 봉선화에는 뱀이나 벌레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울타리 밑에 심어두면 뱀 개구리 등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금사화라는 이름도 뱀이 못들어오게 막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필자 는 뱀이 많은 중국의 남부지방을 여행하면서 시골집 마당마다 봉선화를 심은 것을 보았는데 이는 관상용이라기보다는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위한 것이다. 흰봉선화 씨앗은 뼈처럼 단단한 것을 물렁물렁하게 하는데 신기한 효과가 있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흰봉선화 씨앗을 가루내어 물에 타서 마시 면 즉시 가시가 녹아 없어진다. 고기나 생선을 삶을 때 봉선화 씨앗을 몇개 넣으면 질긴 고기가 부드러워 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뼈까지 물렁물렁해진다.여성이 난산으로 고생할때 봉선화 씨앗을 가루내어 물에 타서 먹이면 곧 골반뼈가 부드러워져서 순산할수 있게 된다. 또 충치나 흔들거리는 이빨을 뽑으려 할때 흰봉선화 씨앗을 가루내어 잇몸 주위에 바르면 이빨이 쉽게 빠진다.이때 성한 이빨에 가루가 묻지 않도록 조 심해야 한다.자칫 잘못하면 멀쩡한 이빨이 물렁물렁해져 빠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당들뿐 아니라 아이들한테도 손톱을 물들이게 하는 것은 아름답게 보이 려는 것이 아니라 병마를 막기 위한 것이다'라고 쓰여있다. 이처럼 손톱에 물을 들이는 풍속의 본디 뜻은 잡귀나 병이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는 풍속은 요즘 매 니큐어에 밀려 거의 잊혀졌지만 반드시 되살려야할 귀중한 민속이다. 봉선화는 침투력이 매우 강한 약초이다. 약성이 뼛속까지 파고든다하여 투 골초(透骨草)라는 이름까지 생겼다. 단단한 각질인 손톱 속까지 물드는 것을 보면 침투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봉숭아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 면 그 손톱이 다 자라서 없어질 때까지는 결코 붉은 빛깔이 빠지지 않는다. 봉선화 꽃잎으로 손톱을 물들이면 마취주사를 놓아도 마취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열 손톱을 모두 물들이지 말고 새끼 손톱 두개는 남겨두는 것이 좋다. 약효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성질과 딱딱한 것을 무르게 하는 특성을 잘 활 용하면 갖가지 난치병을 고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장결석이나 요 로결석 등 몸안에서 생긴 돌을 빨리 녹아나오게 할 수 있고, 역시 딱딱한 덩 어리인 암덩어리를 물렁물렁하게 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식도암이나 위암에 봉선화 씨앗을 써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는 임상결과가 있다. 죽은 피가 뭉쳐 생긴 덩어리인 어혈이나 뱃속이 차가워 생긴 덩어리 같은 것도 어렵지 않게 풀린다.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에는 흰봉 선화씨 30g쯤을 물 1ℓ에 넣고 10분쯤 끓여서 단숨에 마신다. 마시고 나서 2∼3시간쯤 지나면 격심하던 통증이 사라진다. 씨앗대신 봉선 화 줄기를 쓸 수도 있다.물 1.8ℓ에 잘게 썰어 말린 봉선화 줄기 1냥(37.52g )쯤을 넣고 약한 불로 한시간쯤 달여서 물이 반쯤으로 줄어들면 미지근할 정 도로 식혔다가 단숨에 마신다. 작은 결석이라면 1주일에서 10일,좀 큰 것은 2주일 넘게 복용해야 녹아 없어진다. 식도암이나 위암 등 소화기관에 생긴 암에는 흰봉선화 씨앗 30∼60g을 물 1ℓ에 넣고 물이 반쯤 되게 은근한 불로 달여서 하루에 두번으로 나누어 마 신다.흰봉선화 씨앗은 딱딱한 암덩어리를 물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통증을 없애는 작용도 강하다. 드물게 민간에서 흰봉선화 씨앗으로 위암에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예가 있 고 중국에서도 봉선화 씨앗에 몇가지 약재를 더하여 식도암 위암 임파선암 등에 쓴다.말기 암보다는 초기 암에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흰봉선화씨는 약성이 몹시 급하고 날카로우므로 병이 다 낫고 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또 태아를 떨어뜨리는 작용이 있으므로 임산부는 절대로 복용해선 안된다. 봉선화씨에는 기름이 50%쯤 들어있다. 이 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인 파리나 르산이 50%쯤 들어있다. 이밖에 씨앗에는 사포닌 쿠에르체틴 켐페톨 같은 배 당체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들 성분들이 염증을 없애고 황색백선균, 황색포도 상구균 용혈성연쇄구균 녹농균 티푸스균 적리균 등 갖가지 균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흰봉선화씨는 그 약효가 매우 빨리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이라는 의학책에서 봉선화의 약성에 대해 `성질이 급하고 빨라서 뼛속까지 들어가 단단한 것을 무르게 한다. 요리사가 물고기를 끓일 때 봉선화씨를 몇개 넣으면 단단한 뼈까지 물러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적었다. 뱃속이 냉하면 죽은 피와 몸안의 노폐물같은 것이 쌓여서 덩어리가 생기게 된다.이 덩어리는 몹시 단단한 것도 있고 정구공처럼 탄력이 있는 것도 있으 며 눌러서 아픈 것이 있고 아프지않은 것도 있다. 이런 덩어리를 한의에서는 적취라 부르는데 체질에 맞지않은 음식을 오래 먹거나 춥게 지내는 것, 다치 거나 얻어맞은 것,여성의 경우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것 등 여러 원인으로생긴다. 여성이 아랫배가 차가우면 임신하기 어려워진다. 자궁이 차가우면 정자와 난자의 수정이 잘 이루어지지않고 수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낙태를 하게 된다. 뱃속에 덩어리가 뭉쳐져있거나 아랫배가 차가워 임신이 되지않을 때에는 흰봉선화 줄기나 뿌리 말린 것 40g쯤을 물 1.8ℓ에 넣고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뭉근하게 달여 하루 두번으로 나눠마신다.대개 10∼15일쯤 마시면 몸 안에 쌓인 덩어리가 다 빠져나가고 몸이 따뜻하게 돼 임신할 수 있게 된다. 허리가 몹시 아픈 것, 신경통 골관절염 류머티즘관절염에도 흰봉선화가 효 과가 있다. 줄기나 뿌리,잎을 달여 복용해 어떤 방법으로도 낫지않던 요통이 나 신경통이 아주 짧은 기간에 치유된 보기가 적지않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 에게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흰봉선화 씨나 줄기 꽃 뿌리 잎 등을 달인 물을 마실 때에는 치아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치아에 닿으면 이가 물렁물렁해져서 흔들리거나 빠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흰봉선화 달인 물을 마실 때에는 빨대를 써 바로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이 좋다. 씨앗 줄기 꽃 잎 뿌리 등 어느 부위나 비슷한 효력이 있으므로 절대로 치 아에 닿지않도록 해야 된다는 것을 기억해두는 것이 현명하다.봉선화는 성질 이 따뜻하므로 대개 몸이 차가운 편인 소음체질이나 태음체질에 좋은 약이다. 특히 여성들의 갖가지 자궁병에 효과가 크다. 봉선화의 약성에 대해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봉선화 씨앗의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따뜻하다.간경 폐경에 작용한다. 어혈을 없애고 적(덩어리)을 삭이며 딱딱한 것을 무르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자궁수축작용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생리가 없는데 적취 타박상 악창 등에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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