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가 피로하다고요
의사이자 심리 상담가인 비수민은
'중국인의 마음 주치의'로 불린다.
그녀가 어느 날 모직 바지를 들고 세탁소에 갔다.
주인은 바지를 보고 말했다.
"깨끗하게 해 볼게요. 그런데 오래 입어서 튀어나온 무릎 자국은
잘 다려지지 않을 수 있어요.
바지도 피로해지거든요."
의아한 그녀가 되물었다.
"바지가 피로하다고요?"
"그럼요. 모직 바지도, 스웨터도 피로를 느껴요.
그래서 며칠 입으면 널어서 바람을 쐬게 하고 숨돌릴 틈을 줘야 해요."
그녀는 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그곳에는 여러 번 휘어지면서도 강도가
약해지지 않는 합금이 있었다.
그녀가 감탄하자 기술자가 말했다.
"방해꾼이 있습니다."
"뭔가요?"
"피로예요."
"금속도 피로를 느껴요."
"그럼이요. 금속이 피로하기 전에 쉴 틈을 주어야 해요.
그래야 갈라지지 않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죠."
이에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환자들에게 말했다.
"쉼이 필요할 땐 자연의 지혜를 배워보세요.
봄꽃은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뽐내다 조용히 떨어지면서
열매를 남기죠.
바람은 세차게 불다가도 갑자기 잠잠해지고, 하늘에서 해가
세상을 비추다가 때가 되면 물러가고 달이 올라오지요.
피로할 때 잠시 쉬어 가는 건 자연의 이치입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이호성 기자